게시: 2022년 2월 12일
프릭스 헬스케어에 들어온지 벌써 8개월이 지났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고, 느꼈던 일들 성장한 일들을 적어두고자 이 포스팅을 적는다. 혹여나 스타트업에 들어가 꿈을 펼치고 싶어하는 개발자들이나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개발자들과 의사소통해야하는 많은 기획자, 마케터, 그리고 디자이너분들도 재밌게 읽고 아~ 이런 상황도 생길 수 있구나 정도로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다.
사실 나 또한 여느 개발자들처럼 일반적인 대기업에 종사하길 원한 적이 있다. 대학교 1, 2학년쯤에는 삼성전자를 희망했고 3학년에 이르러서는 네카라쿠배당이 급부상하면서 시리즈B, C 정도를 받은 개발자들에게 좋은 환경이 주어지는 기업을 가고 싶어했다. 그랬던 내가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는 학교에서의 여러 프로젝트 때문이다. 나는 세종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한 후 여느 컴공 전공자들과 비슷한 삶을 살았다. 학교 학점에 충실하고,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고, 꽤 열심히 학교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2학년 웹프로그래밍 수업에서 후배지만 정말 잘 맞는 좋은 동료이자 친구를 만나 함께 같은 수업을 신청하고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스타트업의 꿈을 꾸게 됐다. 교내 대회에서 매번 1등(교차로 보행자 안전 알리미, AI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검출 시스템)을 차지하기도 했고, 이렇게 팀을 만들면 일이 힘들더라도 정말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사실 30살 전에는 망해도 괜찮다는 마인드도 있었다.)
사실 그 친구는 대학원 진학을 꿈꿨는 데, 내가 스타트업을 하자고 꼬드겨서 나와 함께 하게 됐다...하하... 그 친구는 학교 4년 내내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똑똑한 친구인데, 내가 앞 길을 망친게 되버리면 안된단 생각에 조금 조바심을 느낀 적도 있다. (물론, 나도 매번은 아니지만 받긴...했다...하하)
우리 둘 외에 친구 한 명이 더 함께 하긴 했는 데, 그 친구는 혼자만의 다른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해서 보내줬다... 그 때 당시에는 조금 충격이 있었지만 아무 성과도 없는 상황에서 그 친구를 붙잡을 명분이 없어서 성공을 기원하며 보내줬다.
우린 어렸지만 그렇게 어리석진 않았다. 아니...음 어리석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리석지 않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막연하게 만들고 싶은 걸 만들기 시작하진 않았단 것이다. 이건 참 중요한 포인트다. 많은 사람들이 그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데 집중하곤 하는 데, 나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의 필요에 의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프로젝트가 아닌 사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스타트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이후 매번 회의를 잡고, 아이디어 도출에 좋다는 여러 방식들을 채택하여 새로운 생각들을 정리하고, 장단점을 비교하며 사업 아이템을 찾아헤맸다. 그 결과는...? 0이다. 아무것도 못했다. 2~3개월을 말이다.
여기서 위에서 말한 어리석었던 것 같다는 말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막연한 게 너무 싫은 나머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트렌드 조사를 했고,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봤다. 하지만 그 끝에서 바라본 우리의 뒤에는 2~3개월의 시간이 버려져있었다. 물론, 그러던 와중에도 많은 것을 배웠고 이렇게 교훈을 얻게 됐다.
그 뒤 우리는 다른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뭘까? 아이디어와 경험이다. 사업을 시작하고자 많은 서적을 찾아서 읽어보고 생각해봤지만, 결국 기획을 하고 무엇을 만들지, 무엇을 팔지를 정해야 한다. 우리 둘은 모두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비판적인 나머지 아무것도 시도해보지 못했다. 쓸모없는 것을 만들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이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우리는 여러 스타트업 스터디와 프로젝트를 지원해주는 사이트들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떤 스터디에 들어가게 됐는 데, 회비가 만 원이었나? 총 인원이 20명 정도 됐던 것 같다. 각자 자기 소개를 하고, 기획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개발자들과 컨텍해서 자체적으로 팀을 꾸리는 형식이었는 데, 거기서 두 명의 기획자가 추가된 새로운 팀을 꾸리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금방 끝이났다. 대략 한 달간의 여정이었는 데, 진전이 없었다. 그 때 나는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조바심이 너무 큰 상태였고, 그런 상황을 견딜 수 없었다. 물론, 새로 만난 사람들과도 사업아이템과 기획에 대한 구상이 잘 안되서 그런 게 컸다.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방향성에 대해 말을 나눠봤지만 기존에 둘이서 하던 회의에서 두 명이 늘어다는 것 외에 변한 게 없었다. 그렇다면 네 명이서 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팀은 해체됐다.
그 이후 스터디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그 스터디의 주최자는 어디론가 사라져서 연락도 받지 않았고, 매번 서로의 아이디어와 아이템을 공유하며 피드백을 받자던 스터디조차 형태가 없어졌다. 우리는 다른 수단을 찾아야했다.
우리는 '개발자 둘이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 사업 기획자를 구한다'는 형식의 글을 비긴메이트에 올렸다. 그 때 연락이 온 사람들은 대부분 개발자가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마치 외주업체가 필요한 데 돈을 아끼려면 우리가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어 매우 거북한 경험도 있었다. 한 10명 정도와 통화를 나누며 대화를 해봤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우리는 바로 글을 내렸고, 우리가 직접 비긴메이트에서 기획자를 찾아서 연락해보기 시작했다.
두 명의 기획자에게 연락을 해봤는 데, 이 중 한 명이 프릭스 헬스케어에서 기획자를 맡고 있는 킹밥이다. 우리는 사내에서 만화 캐릭터 이름으로 닉네임을 정한다. 연락을 주고받다보니 이미 킹밥이 함께하고 있는 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쪽 개발자들과 미팅을 가지게 됐다.
뒤에는 당시의 프릭스 헬스케어의 개발자들과의 미팅, 토토로(대표)와의 미팅과 합류하게 된 이야기를 이어가보도록 하자.